블로그를 시작하며, 되도록 감성적인 글이나 감상평은 올리지 않았었다.
첫째는,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여겼고, 둘째는 감성적인 글을 쓰기에는 내 단순한 어휘력과 표현력에 높은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아주 용기 있게 감성을 마구 섞어, "조용필의 추억"과 신곡 "그래도 돼"에 대한 소회 글을 써보려 한다.
한국 날짜로 어제(10/22), 조용필(본인은 '가왕 조용필'이라는 호칭보다 이름 석자로 불려지길 더 원한다고 하니, 아래부터는 이름으로 칭하겠다)의 20집 신곡들이 발표되었다.
나는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조용필'의 숨은 팬이다. 지금의 나는 40대 아줌마이기 때문에, 누가 뭐란들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당당히 밝힐 수 있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조금은 일부러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것 같다.
90년대에 나온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정도야 그럴 수 있다 해도, 80년대에 나온 "친구여", '허공', '단발머리',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를 너무 좋아하기엔, 꽃청춘 나이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시절, 공부하며 HOT, 젝키, 디바, 터보, GOD, 싸이 노래도 듣기는 했지만)
하지만, 감히 장담컨대, 조용필 콘서트에 가면 '팬'이 아니라도 틀림없이 놀라게 된다(그리고, 팬이 된다).
하나는, 팬이 아님에도 이 많은 곡들이 전부 아는 곡들이네! 하고 놀란다. 또 하나는, 이 많은 곡들을 게스트 없이 혼자 부른다고? 그럼에도 시간이 순삭임에 또 놀라게 된다.
2018년, 잠실 주경기장 그 유명한 비오는날 만석 콘서트('50'주년)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열심히 산 나에게 주는 생일선물로,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엄마'와 함께 간 콘서트였다. (엄마는 조용필 팬이 아니시니 나에게 주는 선물 맞다!!) 제대로 VIP 석에서 보기 위해 큰맘 먹고 산 초근접 거리 좌석이었는데, 콘서트 시작 전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콘서트 내내 한 번도 그치지 않았던 비! 당연히 초근접 좌석은 천장이 없어 내리는 비를 몸으로 받아야 했다. 이것도 추억이라며, 웅크리는 엄마 옆에서 '조용필'의 찐팬들과 함께 연신 소리 질러 호응하던 그날은, 역시나 진한 추억이 되었다. 그땐 몰랐지만, 건강했던 엄마와 3시간 나란히 앉아 환호했던 마지막 콘서트였으니깐.
최초의 오빠부대, 나오는 노래마다 히트명곡, 조용필은 데뷔 55년 동안 현역 가수를 지내며 현재 74세까지도 거의 매년 콘서트를 하고 있다(건강 관리 대단하심).
지난 13년 전 발매한, 19집의 "Hello"와 "Bounce"도 너무 트렌드 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한 번도 가요프로에 나오지 않고 연속 1위, 그해의 노래로까지 선정됨), 이번 노래 역시 시작하는 첫 도입 멜로디만 들어봐도 또 하나의 명곡이 탄생할 것 같은 느낌이다.
"위로(Consolation)"
처음 "그래도 돼"를 들은 느낌이 그랬다.
저마다 사연이 다른 이들에게, 각자 상황에 맞는 위로와 깊은 허그가 노래를 통해 전달되는 것 같았다.
**아래, ["그래도 돼" 가사]는 Bugs! 에서 가져왔다.
보컬 조용필
작곡 Martin Hansen , Conrad Sewell(콘래드 스웰) , Michelle Lewis(미셸 루이스) , Peter Tep , Matthew Copley
작사 임서현
편곡 Martin Hansen
앞만 보고 달려왔던 길이
어딜 찾아가고 있는지
까마득히 멀어지는 날들
행여 낯선 곳은 아닐지
어느새 차가운 시선에 간직한 다짐을 놓쳐!
그래도 내 마음은 떠나지 못한 채 아쉬워
이 길에 힘이 겨워도
또 안된다고 말해도
이제는 믿어 믿어봐
자신을 믿어 믿어봐
차오르는 숨을 쏟아내도
떠밀려서 가진 않았지
내 어깨 위를 누른 삶의 무게
그 또한 나의 선택이었어
어느새 차가운 바람에 흩어져 버리는 외침!
처음에 가졌던 마음은 그대로
일렁이는데
두 팔을 크게 펼쳐
더 망설이지 않게
이제는 믿어 믿어봐
자신을 믿어 믿어봐
이제는 믿어 믿어봐
자신을 믿어 믿어봐
지금이야 그때
지치고 힘이 들 때면
이쯤에서 쉬어가도 되잖아
그래도 돼, 늦어도 돼
새로운 시작
비바람에, 두려움에
흔들리지 않아 Oh
Oh Yeah
이 길에 힘이 겨워도
또 안된다고 말해도
이제는 믿어 믿어봐
자신을 믿어 믿어봐
두 팔을 크게 펼쳐
더 망설이지 않게
이제는 믿어 믿어봐
자신을 믿어 믿어봐
이제는 믿어 믿어봐
자신을 믿어 믿어봐
지금이야 그때
이젠 믿어
WOO
오늘만 몇 번을 들었는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뮤직비디오와 함께 보면 감동이 배가 된다.
(아래, 유튜브 링크 있음!)
"그래도 돼"의 뮤직비디오는 독특한 상상력으로 CF 업계를 장악했던 '돌고래유괴단'의 이주형 감독이 연출했다. (돌고래유괴단은, 최근 뉴진스와 2차 저작물 무단 게시에 관한 논쟁으로 갈등 중이다. )
이 뮤직비디오도 블랙홀이다.
개인적으로 박근형의 조용하지만 큰 존재감도 좋았고, 얽혀버린 시간 속에서도 따듯하게 다가오는 가족의 사랑, 자식에 대한 깊은 기억과 사랑, 몇십 년을 함께 겪어온 남편의 의리와 사랑이, 가슴을 촉촉하게 했다.
특히,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시간의 관점, 예를 들어 1990 국민학교 학예회, 1997년 수능의 날이 40대 중반이 된 나와 내 엄마의 이야기 같고, 앞으로 내 앞에 놓일 이야기 같아 가슴이 꽤 먹먹했다.
공식 뮤직비디오 댓글 중에 이런 말이 있던데,
"좋은 곡엔 칭찬이 달리지만, 명곡엔 저마다의 사연이 달린다"라고(ID, @Cham2S_L).
아니나 다를까, 댓글엔 많은 저마다의 사연들이 있다. 뮤직비디오를 보며 댓글을 한번 읽어봐도 좋을 듯하다. 이 노래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고, 많은 분들도 들어보시기를 추천한다.
엄마 고생했어!!!!!! 사랑해요 ♥
https://youtu.be/bo_dfa1p950?si=VplqzzdYQeAPjl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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