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한국에서 미국으로 와서 처음 병원에 가면, 병원비에 한 번 놀래고 약값에 또 한번 놀란다.
아이가 열이 나거나 기침/콧물이 시작되면 바로 동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받는 한국인들에게, 미국의 병원문턱은 높기만 하다.
진료를 바로 받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특별한 검사를 하지 않아도 눈이 나올 정도의 진료비 청구서를 받게 된다.
왜 이렇게 미국 진료비와 약값은 비싼걸까? 미국 정부는 한국과 같은 의료지원을 하지 않는 걸까?
1. 미국 의료비와 약값은 왜 비쌀까?
첫째로, 미국의 의료비가 비싼 이유는,
응급환자는 무조건 살리고본다는 원칙과,
진료보다는 검사를 위한 분야에 투자하는 점과,
병원 자체가 영리목적을 띠기 때문이다.
둘째로, 미국의 약값이 비싼 이유는,
미국정부가 근본적으로 약값을 규제하지 않고,
제약회사가 리베이트의 비용을 약값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의 병원비는 OECD 선진국 중에서도 거의 상위 5위 안에 있을 정도로 높다.
특히, 의료 보험이 없으면 병원 진료비로 상당히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된다. 그래서 소위, 미국에서 장기간 입원을 하게 되면 집을 팔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흔히, 미국에서 충치를 치료하려면 몇 백 달러가 필요하다든지, 간단한 외과 수술의 경우도 몇 천 달러가 필요하다는 말은, 의료 보험이 없다면 모두 사실이다.
이처럼, 미국의 의료비가 비싼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이 이렇게 의료비가 비싼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일단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원칙적으로, 1) 응급환자는 무조건 살리고 본다는 원칙과,
2) 진료보다는 검사를 위한 분야에 많이 투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예를 들어, 독감이 의심되어 병원에 간 경우, 미국 병원에서는 이런저런 검사를 많이 한다. 그렇지 않고 독감으로 바로 판단할 경우, 환자에게 소송을 당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가 '독감인 것 같다'고 의사에게 말하더라도, 환자의 면역체계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정말 독감인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여러 검사를 거칠 수 있다. 그리고, 이런저런 검사비용은 단순 진료비용보다 훨씬 비싸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왠만큼 아프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않는다. 대신에, CVS에서 약을 사 먹거나, 코스트코, 월마트 쇼핑몰 등에서 주사를 맞거나 대체진료를 받는다. 다행히도, 월마트, CVS 등에는 다양한 약들이 상비되어 있다. 감기 정도로 병원에 방문할 경우, 왜 굳이 감기 따위로 병원에 왔지라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참고 참다 병원에 간 나의 실제 사례]
실제 나의 경우, 3년 전 미국 치과에서 신경치료를 받았다가 700달러를 청구받았다. 크라운은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임시조치 후 한국에 가서야 할 수 있었다.
또, 역시 3여년 전, 아이가 기침이 좀 오래가서 소아과 진료를 받았는데, 250 달러를 청구받았다. 정말 청진기만 대고, 몇몇 질문이 다였으며, 추가 검진은 없었다.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갔더니, 5일 치 약값이 50달러였다(7만 원?). 다행히도 모두 보험 청구가 가능했다.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미국 병원의 진료비가 비싼 진짜 이유는 3) 병원이 영리목적을 띠기 때문이다.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면 도저히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정도로 진료비, 검사비, 수술비(이하, '진료비 등')가 높게 책정되어 있다. 다만, 청구된 진료비 등에 대한 협상, 즉 에누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협상은 브로커를 통해서도 가능하다. 이것만 보더라도 미국 병원이 영리 목적임을 부정할 수 없다.
진료비가 높기 때문에, 환자 1명에게 할당되는 진료시간은 길다는 장점은 있다. 이, 낮은 의료 수가로 인해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환자를 대면하는 한국 병원의 진료시간과 대조된다.
나의 경우, 대학병원에서 2시간을 대기한 후 (물론 예약도 했었다) 의사와 실제 대면은 1분도 되지 않은 적도 있었다. 대형병원에서 한 명의 의사가 중간문을 통해 두방 사이를 오가며 진료를 한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결국, 낮은 의료 수가를 더 많은 환자의 진료로 대체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진료시간이 길기 때문에, 친절하고 질문도 많이 할 수 있다. 때로는, 아이들을 어루고 달래고 과장되게 칭찬해 주는데 진료 시간을 쏟는 것이 한국인으로서는 당황될 정도다.
한편, [약값의 경우] 진료비와 유사한 이유도 있지만, 근본은 4) 미국정부가 약값을 규제하거나 협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부가 처방약값을 규제하지 않는 전세계 거의 유일한 나라이다. 이는, 다국적제약회사의 정치권 로비가 매우 강하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정부가 규제하지 않아, 특허가 지난 약들이 다른 제약회사로 넘어가면서 같은 약의 값이 수십 배까지 치솟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에, 한때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기도 했던 '버니 샌더스'가 제약회사가 처방약값을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게 하고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정하자는 안을 내기도 한 것이다.
약값이 비싼 또 다른 이유로, 5) 제약회사가 높은 리베이트 비용을 약값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약회사"는 누구에게 왜 리베이트 비용을 지불하는 것일까?
복잡한 관계를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해보자면,
신약이 개발되면, 제약회사는 Pharmacy Benefit Manager(PBM)를 통해 리베이트 협상을 한다.
그 이유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물리스트에서 더 높은 우선순위를 받아(의약품의 경우 '티어'라 한다), 약값에 대해 보험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을 더 많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면, 환자들이 부담하는 약값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되고, 이는 제약회사의 매출로 이어진다. 때문에, 제약회사들은 경쟁적으로 더 많은 리베이트를 지불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로 리베이트를 계속 올리기 때문에 약값도 덩달아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개발에 드는 비용과 노력도 물론 포함되겠지만) 신약의 값을 처음부터 높게 책정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그래도, 보험회사가 약값을 많이 부담한다면야 환자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환자' 는 의료보험이 있는 환자의 경우이다.
미국의 개인 의료 보험은 워낙 비싸서, 보험을 들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보험회사에서 지불하는 부분까지 모두, 그러니깐 높게 책정된 약값을 모두 제값 주고 사게 되는 것이다.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은, 보험료를 아끼는 대신 한번 아프면 약값이 훨씬 더 많이 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약값은 몇몇 경우에는 놀라울 정도로 비싸며, 평균적으로도 유럽과 비교해도 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정말 "자본주의의 끝판"이라고 할 수 있다.
2. 미국은 한국과 같은 공적 건강보험제도가 없는걸까?
건강 보험이 비싸서 보험을 들지 않는 미국인들이 많다면, 왜 미국정부가 나서서 한국과 같은 공적 건강보험제도를 만들지 않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미국도 공적 건강보험제도가 있기는 하다.
미국의 공적 건강보험 제도로는, 1) 메디케이드(Medicaid, 주로 65세 이상 노인 대상), 2) 메디케어(Medicare, 저소득 빈곤층 대상)가 있다. 그리고, 일반 보험회사에서 제공하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 3) 오바마케어(Obamacare, 수입이 메디케어 기준보다는 높지만 미국평균연봉(약 35000달러) 미만을 대상)도 있다.
그러나, 이들을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제도와 같은 ‘사회보험’ 형태의 공적 의료보험으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가입가능한 보험회사, 지불하는 보험액수, 보장범위 등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예로, 보험 한계 금액은 보험 가입 시 자신이 원하는 만큼 설정할 수 있지만, 한계 금액이 클수록 보험료는 조금씩 인상된다. 또, 의료보험이 의료비용 이외에 수입에 대한 손해를 커버하는 지도 다양하다. 따라서, '보편적'인 공적 의료보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미국은 의료 복지 분야에 돈을 많이 아끼고 있는 걸까?
아니다. 아래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의료 복지 분야에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다.
평균 OECD 국가보다 2배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고, 한국이나 일본과 비교할 경우 3~4배 수준이다.
그런데, OECD 다른 국가와 비교해 봤을 때 국민들의 건강은 최악이다
이유는, 엄청난 병원비와 약값 때문에 웬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
3. 한국의 의료비가 저렴해서 생기는 문제는?
한편, 미국에 비해 한국은 의료비와 약값이 저렴한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과 반대되는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없을까?
한국과 외국의 의료수가를 비교해 보자. 진찰료는 미국의 1/8, 일본의 1/2 수준이다. 그리고, 검사와 수술수가는 미국과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특히, 위내시경 수가의 경우 미국이 한국보다 최소 15배에서 60배가량 높다. 한국인이 미국에서 살다가 종종 위내시경을 받기 위해 한국에 방문하는 경우가 이 때문이다.
이와 같은 낮은 의료수가는, 앞서도 말한 바와 같이 짧은 진료시간으로 대체된다.
환자당 3분 미만의 진료시간이라는 오명은 이처럼 낮은 의료수가로 인함이다.
의료수가가 낮을 경우 또 다른 문제로, 일차 의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검사료도 함께 낮아짐에 따라 일차 의료에서 꼼꼼한 검사를 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수술수가가 낮은 외과나 진료비가 거의 대부분인 청소년소아과의 경우 반드시 필요한 과임에도, 성형외과로 몰리는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4. 최근, 한국의 의대 증원 분쟁에 대한 정리
처음 시작에서 상당히 멀리 왔다.
위에서 미국 의료비와 약값이 비싼 이유와 한국의 의료수가가 낮은 이유를 정리해 보았더니, 이 이야기를 짧게나마 안 할 수가 없다.
바로, 한국에서 가장 분쟁이 크고 오래 지속되고 있는 "의대 증원 분쟁"이다. 나는, 의료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며, 미국에서 비싼 의료비만 걱정하고 있는 사정이기는 하나, 이왕에 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양측의 입장을 정리해서 적어보고 마무리하려고 한다.
[의대 증원 분쟁에 대한 정부 vs 의료업계 양측의 입장 정리]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2000명 증원) 처분을 멈춰달라는 의대생, 의대교수, 전공의, 수험생의 요구를 2심 법원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사실상 정부의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최종 확정 단계에 돌입할 전망으로 추정된다.
현재, 전국의 의과대학 입학정원은 약 3000여 명으로, 이는 2006년 이후 19년째 동결 상태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밀고 있는 반면,
의료업계 (모두는 아닐지라도)는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그 이유가 궁금하다.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요청의 근거는?
1. 증원을 얘기할 때 가장 흔히 인용되는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기준인데, 2021년 기준 국내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6명(한의사 포함)으로, 30개 회원국(평균 3.7명)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가장 적다.
이에, 국민 1명당 의사수를 늘리기 위해, 의대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2. 국내 인구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고, 고령 의사들의 은퇴까지 고려하였을 때, 가까운 미래에 의료 서비스 수요가 의사 공급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을 근거로 한다. 즉, 인구추세에 비추어 볼 때 의사 공급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의료업계의 의대 증원 반발의 근거는?
1. 현재 인구추세를 볼 때, 저출생으로 인해 국내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고, 따라서 정부에서 말하는 바와 같은 공급 부족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2. 또, 현재 입학 정원이 3000명인데, 2000 명을 더 증원할 경우 이는 65%에 해당하는 인원을 한 번에 증원하는 것이다. 의대 교수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의대 교육 질 저하와 시스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2024.08.14 - [굿모닝 샌디에고 라이프/샌디에고 정착] - 샌디에고 치과, 별 5개 만점 김민기 치과
'굿모닝 오늘 미국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부캘리포니아 타겟 절도] 소매 절도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0) | 2024.05.26 |
---|---|
[미국 성년의날] 진짜 시민이 되는 날 + 스윗(Sweet) 16 생일의 의미 (1) | 2024.05.23 |
[미국 최저시급]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의 최저임금 위반이 늘고 있다? (Feat. 캘리포니아 패스트푸드업계 최저시급 폭등과 한국 내년 최저임금) (4) | 2024.05.17 |
[미국 오로라] 캘리포니아에서도 오로라 관찰, 아름다운 오로라가 사실은 해롭다? (5) | 2024.05.12 |
[미국 마더스데이] 미국 어버이날 5월 12일 Mother's Day !! (0) | 2024.05.05 |